[060411한겨레] 2006 대학별곡 / 취업활동만 좇다 청춘 삭을라

보도자료

[060411한겨레] 2006 대학별곡 / 취업활동만 좇다 청춘 삭을라

[Sharp/18]… 0 5744
[한겨레] 2006 대학별곡 / 취업활동만 좇다 청춘 삭을라

어김없이 돌아온 캠퍼스의 봄.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꽃망울 사이로 캠퍼스를 가득 메우는 것이 있으니 바로 동아리 모집 광고다.

건물 마다마다 벽을 가득 메운 포스터들만으로는 학생들의 눈길을 끌 수 없다. 홍익대 동아리들은 3월초 일주일에 걸쳐 공식적인 홍보기간을 가지고 동아리를 홍보했으며, 성균관대도 새내기 공개모집 기간을 가졌다. 고려대는 아예 학교 광장에 수십 개의 부스를 차려놓고 동아리 박람회를 열었다.

많은 동아리들이 이런 행사를 통해 학생들을 유치하고자 하지만 웬걸, 이 시대의 대학은 오늘날의 사회를 그대로 반영한다. 이름하여 동아리 양극화.

부산대 봉사 동아리 ‘디딤돌’은 매년 가입하는 신입생이 줄어들고 있고, 서울대 마르크스주의 연구회 ‘프로메테우스’는 현재 대내외적 활동이 거의 중단된 상태다. 이화여대에서는 2년전 노동문제 연구 동아리가 문을 닫기도 했다.

연세대 동아리 연합회에서 일하고 있는 정현진(인문학부 2학년)씨는 “이런 추세는 어쩔 수 없는 것 같다”며 “밴드나 영어회화 같이 실용적이고 재미있는 동아리는 인기가 많지만, 학술이나 봉사 관련 동아리는 아무래도 들어오고 싶어 하는 사람이 적다”고 말한다.

이런 안타까운 상황에 처한 동아리들과는 반대로 지원자가 넘쳐 고민인 곳도 있다. 흥미와 취미 위주의 동아리나 취업에 도움이 될 법한 동아리들이 인기다. 애드컬리지, 애드파워 등 연합광고 동아리들은 지원자가 너무 많아 면접을 보고 과제제출까지 해도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한다.

조금씩 입소문을 타고 있는 영어회화연합동아리(UNSC)의 회장 정기덕(건국대 경영 2학년)씨는 “예년보다 지원자가 더 많아졌다”며 흐뭇해 했다. 동아대 영어회화 동아리 ‘아미고’는 선발 정원 40명에 200명 안팎의 신입생들이 몰려들기도 했다.

이쯤 되면 학내 동아리 중에서도 ‘미래’에 도움이 될 법한 동아리는 모두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

대학 언론매체의 새내기 모집현황을 살펴보면 대부분 대학에서 학보사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반면 방송국이나 영자신문사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서울 ㅈ 대학의 학보사는 모집정원을 채우지 못한 반면 동 대학 영자신문사는 경쟁률이 3:1을 뛰어 넘었다.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하고 학점관리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는 동아리는 기피대상 1호임을 보여준다.

동아리 양극화는 결국 대학 생활 4년을 즐기지 못한 채 미래만 보고 달려가야 하는 현 대학생들의 씁쓸한 세태를 반영하고 있다. 동아리 방에 둘러앉아 밤을 지새가며 난상토론을 거듭하던 그 시절의 끈끈함은 어디로 갔는지. 배고프고 심심할때면 언제나 반갑게 맞아주던 동아리 선배들도 이젠 모두 이 사회에서 함께 경쟁하며 살아가야 할 사람들일 뿐이다.

대학 재학 시절 피아노 연주 동아리에서 계속 활동했던 박성호(고려대 대학원)씨는 “예전의 동아리가 전공과 생계수단에서 벗어난 삶에서의 또다른 의미를 위한 것이었다면 지금의 동아리는 먹고 사는 문제와 직결되는 것 같다”며 씁쓸해 했다.

민중가요에 맞춰 몸짓을 하는 ‘단풍’이라는 모임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현정(고려대 역사교육 3학년)씨는 “주변에서 그런 동아리를 뭐하러 하냐고 말리는 사람도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는 “동아리는 진짜 좋아하는 것을 해야 하는 것 같아요. 대학 내에 내 옆의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문화가 줄어들고 있잖아요.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것을 배우는 것. 대학 때가 아니면 어렵지 않을까요?”라고 담담하게 자기 생각을 풀어낸다.

아무리 취업이 전쟁같은 세상이지만 스무 살, 그 푸르른 나이는 기업이 원하는 인재가 되기 위해 앞만 보고 달리기엔 너무 아깝지 않은가.

조은경/<고대신문> 기자

<< 온라인미디어의 새로운 시작. 인터넷한겨레가 바꿔갑니다. >>

ⓒ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애드컬리지 이름이 나왔었네요~
우리동아리만 사람이 넘쳐나고 있삼~ 후후
0 Comments